…음?
손님이 왔군. 처음 보는 얼굴인데, 맞나?
이곳은 은하계에 위치한 은하수 바 MilkyWay Bar 라네.
놀랄 일도 아니지. 초대장을 통해 입장한 모양이로군.
…나는 바텐더 '메이트'라고 하네.
이곳은 B4061 은하계로, 근처로 9개의 행성이 돌고 있지. 그 가운데
우리 바가 있는 거고. ……더 소개해 줄까? 처음 왔다 하니까 말야!
흠. 사실 더 이야기할 건 별로 없어. 손님이 특별히 이 바에
'초대된' 사람이라는 점 정도를 더 말할 수 있겠지.
초대장을 받았잖나?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니거든.
그런가? 특이하군. 우리 바의 단골 손님이 생각나.
그는 특이하게도 감정이 있었던 안드로이드였지…. 어쨌건 괄목할 점은
손님께서, 우리 바에 '초대되어' 온 사람이라는 점인데,
…아. 그러고보면, 손님은 어느 행성에서 오셨는지?
지구? 언젠가 들어보았던 행성이야.
푸르고, 다양한 생명체들이 어울려 산다지?
지구별의 손님들은 하나같이 지친 얼굴들을 하곤 했어.
손님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한 번 꺼내보는 이야기인데,
어디인지 궁금하군. A73B8 행성계? 아니면 CQ108?
이 바의 손님들은 참 다양한 행성에서 온단 말이지.
자세하게 캐묻기엔 아직 손님과 내가 그리 친하지는 않지?
그래서 내가 다시 이야기를 꺼내보도록 하지.
…손님께선, 혹시 칵테일을 만드는 법을 알고 있나?
그래, 칵테일! 칵테일 안에는 분명 '작은 우주'가 있을 거야.
어쩜 그리 오묘하고 아름다운지.
……나는 부끄럽지만 한 가지 소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네.
바로 '손님에게 딱 맞는 칵테일을 제조'하는 능력이야.
아직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
그런 맥락에서 질문 하나 합세.
혹시 손님께선 본인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군. 개인적으로, 나는 살아가면서 모두가 다 자신을 완전히
알 수는 없다고 생각하네. 그것을 알아가려고 노력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말야.
요점은 내가 만든 칵테일이 바로 그, '자기 자신을
더 잘 알아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야.
…이해가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먼저 겪어보는 게 더 이해하기가 빠를 때도 있기 마련인 법.
첫 번째 질문을 건네보지.
오해는 하지 말아주게! 칵테일을 만들 때 필요한 절차일 뿐이야.
그러니까, 만약…… 흠.
…손님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어느 때로 가고 싶나?
그래. 시간여행!
뜬금없겠지만 부탁하지. 지금껏 생각해본 적 없는 주제일 테지만….
만약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어느 때로 갈 건가?
……이를테면 현재에 만족하느냐,
아니면 후회한 적이 있느냐… 이런 질문이 되겠지.
뭐, 좋은 답변이야. 어떤 답이었든간.
왜. 혹시… 질문에 거짓말로 답했나?
…거짓말을 한다면, 뭐. 본인에게 맞지 않는 칵테일이 나오게 될 거야.
그 경우엔 칵테일을 마셔도 본인을 잘 깨우치지 못할 거고.
그렇게 큰 문제는 생겨나지 않지만,
나에게는 조금 안타까운 일이 되겠지.
물론 손님께선 거짓말로 답하지 않으셨으리라 믿지만.
착한 손님이로군. 그래, 믿고 있었다네. 사탕이라도 줄까?
먹으면 몇 분 동안 몸이 투명해지는 부작용이 조금 있을 뿐이지만.
맛은 확실히 보장할 수…….
……오, 농담이야.
아무튼… 슬슬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보지!
이번에는 상황을 하나 만들어볼까?
손님이 지쳤다는 상태임을 가정해서 말야. 질문은 이거야.
…손님이 지쳐버렸을 때, 다시 일어날 힘을 주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너진 사람을 일으킬 수 있는 건 과거의 기억, 혹은 현재
나를 지탱하고 있는 것, 나를 앞으로 이끌어주는 것… 외로도,
다양하게 존재하지.
몇 사람은 과거나 현재, 미래에서도 그 원동력을
찾아내지 못하기도 하지만… 어쩌겠나. 앞으로의 삶에서
그가 원동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바라주는 수밖엔.
…바로 다음 질문으로 가볼까. 이번에도 별 건 아니야.
……흠. 그래. 그게 좋겠어.
손님께서 소원을 하나 이룰 수 있다고 하지.
그렇담 손님은 어떤 소원을 빌 건가?
흠, …그렇단 말이지. 좋아. 알겠네.
…지금까지의 모든 질문들은 손님만의 칵테일을
만들기 위한 관문들이었네. 알고 있었겠지만 말야.
그럼 첫 번째부터 살펴볼까? 손님은…….
손님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태어나기도 전인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답했었지.
손님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가장 후회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답했었지.
손님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가장 성공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답했었지.
손님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지금에 만족한다고 답했지.
손님이 어느 정도 지쳐있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그런 질문을 했어.
답답한 속내에는 술이 좀 센 게 끌리지 않나?
그래서 손님의 칵테일은 트리플이야. 샷 세잔이지.
손님이 어느 정도 지쳐있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그런 질문을 했어.
답답한 속내에는 술이 좀 센 게 끌리지 않나?
그래서 손님의 칵테일은 더블이야. 샷 두잔이지.
손님이 어느 정도 지쳐있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그런 질문을 했어.
답답한 속내에는 술이 좀 센 게 끌리지 않나?
그래서 손님의 칵테일은 싱글이야. 샷 한잔이지.
손님이 어느 정도 지쳐있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그런 질문을 했어.
답답한 속내에는 술이 좀 센 게 끌리기 마련이지만,
손님의 칵테일은 무알콜로 만들었네.
두 번째 질문은 손님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두는
그 정도를 알고 싶었어. 마지막 질문은 갈망하는 것과,
결함의 정도를 알고자 함이었고…….
…우리 은하수 바에서 취급하는 재료들은 특별한 에너지의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네. 웃음이나 희망, 용기, 열정같은 것 말야.
그 중에서 손님을 위한 재료가 선별하는 작업이었던 거지.
물론 이건 영업 비밀이지만… 어쩐지 손님께선 이곳에 더는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서 특별히 말해주는 거야.
유능한 바텐더의 직감인 거지! 당연히, 언제든지 다시 방문해주면
기쁠 것 같아.
자. 이게 손님의 칵테일이야. 이걸 클릭하면 되는데,
할 이야기가 남아있으니 새 창을 띄우고 다시 여기로 돌아오게.
……칵테일 구경은 잘 했나? 아무튼. 하고싶은 말이 있었어.
특별한 건 아니지만….
지금은 지쳐있을 지라도, 지금까지의 기억과 앞으로의 나날이
손님을 이끌어주리라고 믿는다는… 그런 상투적인 말 말야.
이걸 먹고 잃어버렸던 본인을 되찾아서, 돌아가서도
언제나 자신을 잊지 말고 살아가길 바라네.
즐거운 만남이었어! 언제 또 손님에게 초대장이 향할진
모를 일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찾아오게나.
잘 가시게.